AI 인프라 투자 경쟁의 최전선 해저케이블 시장의 부상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범위가 전통적인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전력망을 넘어 해저 통신케이블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고 데이터 전송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지원할 통신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메타와 구글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해저케이블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었다.

해저 통신케이블은 바닷속에 설치된 광섬유를 통해 국가 간 데이터를 전송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전 세계 대륙 간 데이터 전송의 99% 이상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활용이 더욱 고도화됨에 따라, 해저케이블의 중요성은 더더욱 부각되고 있다. AI의 발전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서 실시간 데이터 전송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저케이블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세계 해저 광통신케이블 시장이 올해 58억9000만 달러에서 2031년까지 98억7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0.87%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해저케이블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메타는 미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약 7000km 길이의 해저 통신케이블인 ‘페탈’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케이블은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하며, 세계 최초로 초당 1000테라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구글 역시 미국과 일본을 잇는 태평양 해저통신망 확충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호주와 태국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는 국내 전선업계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등은 전력케이블뿐 아니라 광통신케이블도 생산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수요 증가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해저케이블 구축은 여전히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해저케이블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다양한 법률적 허가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해저케이블은 9개에 불과하다. 비교적으로 싱가포르는 32개, 일본은 23개의 해저케이블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해저케이블 하나를 구축하는 데에는 최대 1조5000억 원이 소요되며, 투자금 회수에도 15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업인과의 보상 협의 등으로 인한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7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저통신케이블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이 특별법안은 바다 이용 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12개 유형의 인허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해저케이블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케이블 손상 시 긴급 복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 지원 근거를 마련하여 해저케이블 시설 특구를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어업인과 주민 등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조정할 민관협의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국내 통신사들도 해저케이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는 2031년까지 해저케이블에 약 1조 원을 투자하여 국제 통신망을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버라이즌 등과 협력하여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을 잇는 약 1만2500km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다. 드림라인은 340억 원을 투자하여 전북 새만금에 해저케이블을 육지 통신망과 연결하는 ‘육양국’을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저케이블 시장의 성장과 함께 국내 통신 인프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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