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9조 시대의 역설 고용 감소의 그림자

2023년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액이 8조 8676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비상장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고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고, 심지어 4855개사의 순고용 인원은 454명 감소하였다. 이는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이 채용을 확대했으나, 투자에서 소외된 기업들은 감원에 직면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AI와 딥테크의 확산으로 인해 ‘창업=고용’이라는 전통적인 공식이 무너지면서, 창업기업의 수와 투자금 규모만으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스타트업은 AI 도구를 활용하여 소수의 인력으로도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초기 채용 수요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각각의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한두 명의 창업자가 AI 도구를 통해 다수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창업이 곧 고용 창출이라는 전통적인 공식이 깨졌다”고 언급하며, 딥테크 분야가 과거의 플랫폼 및 e커머스 기업과는 달리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구조임을 강조했다. 이는 초기 기업들이 인력보다는 연구개발(R&D)과 제품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초기 단계의 기술 기반 벤처 스타트업이 매출이 본격화되는 스케일업 단계에 접어들어야 비로소 고용이 증가하는 후행 지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업 단계에서는 소수의 인력으로 기술과 사업 모델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게는 매출 확대와 후속 투자를 위한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편, 1인 창업의 증가가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보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노 실장은 AI와 딥테크, 바이오와 같은 자본과 기술 집약도가 높은 산업에서 초기 인력 규모가 작더라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1인 기업이 처음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검증되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타트업의 고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정책 설계에 있어서는 창업 단계와 스케일업 단계를 분리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모든 창업 기업에 일률적인 채용 목표를 적용하기보다는 질적 지표를 중심으로 한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벤처투자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기술 집약적 딥테크 기업들이 투자받더라도 즉각적인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와, 초기 창업자들이 AI 도구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현실이 맞물려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9191961?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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